2016년 1월 3일 일요일

2015 Music & Electronics Concert Review by Koyunghwa Kim(김경화)

<2015 Music & Electronics>

소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김경화


예술가들은 삶의 경험이나 문화적 경험,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내적, 철학적 통찰을 예술 작품에 녹여낸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가들 역시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와 새로워진 문화에 반응하여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들에게 직면한 세계를 성찰한다. 20151031일 저녁 730분 올림푸스 홀에서 열린 “Music & Electronics: 소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전자적 미디어를 통해 확장된 소리의 세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적 삶에 마주한 현대 작곡가들의 이야기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연주회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음악 연주 단체인 TIMF 앙상블과 한양대학교 전자음악 연구소 크리마(CREAMA, Center for Research in Electro-Acoustic Music & Audio)가 공동 주최하였다. 크리마는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운드의 영역을 개발하는 일에 앞장선 국내의 대표적인 전자음악 연구소로서 최근에는 국외로 그 활동 영역을 확장하였을 뿐 아니라 타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융복합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크리마의 기획 공연들은 전자 음향 작곡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창작품이나 연주 단체들을 국내의 현대음악 청중들에게 소개하고,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청중들에게 보다 흥미롭게 새로운 음향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와 관심을 갖게 한다.
이 날의 공연에는 국내외 전자음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여섯 명의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되었으며, 각 무대는 다양한 연주 매체들과 전자 음향이 결합되어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1부에서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조드로프스키(Pierre Jodlowski, 1971-)“Time and Money for Percussionist and Video, Electronics”(2003)와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Kaija Saariaho, 1952-)“Lonh for Soprano and Electronics”(1996), 그리고 한국 작곡가 정승재(1970-)“Sonic Shadow for Violin Solo and Electronics”(2015)가 연주되었다. 2부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파우스토 로미텔리(Fausto Romitelli, 1963-2004)“AMOK KOMA for 9 players and Electronics”(2001)와 헝가리 작곡가 라즐로 두브로바이(Laszlo Dubrovay, 1943-)“Harmonics for Piano and Amplify”(1977), 그리고 한국 작곡가 최지연(1969-)“Métaphore for 2 Percussionists and Electronics”(2015)가 연주되었다.
첫 번째 작품은 조드로프스키의 “Time and Money for Percussionist and Video, Electronics”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단순한 모양의 반복되는 패턴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영상이 전자 음향과 어우러져 펼쳐졌다. 어떤 형태의 단편인 듯, 미니멀리즘적인 반복인 듯 궁금증을 자아냈다. 잠시 후 화면의 이미지가 줌 아웃되면서 그 형태는 명확해졌다. 동전이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시간과 돈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동전의 이미지는 주제의 은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었다. 타악기와 비디오, 전자 음향을 활용하여 무대 위에서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이미지와 타악기 연주자의 드라마틱한 제스쳐,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듯한 음향 효과가 결합됨으로써 입체적 공간성을 표현하였다. 뿐만 아니라 과거 영화나 라디오에서 나왔던 대화 소리들의 단편이 음향적 재료로 사용됨으로써 감상자로 하여금 현실 공간을 넘어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작곡가는 이러한 소리재료들이 물리적 차원뿐 아니라 정신적 차원, 특히 과거의 공통된 기억과 더 나아가 개인적인 기억의 차원까지 영향을 미쳐 소리의 경험의 폭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간이 곧 경쟁력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돈을 얻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도록 초대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두 번째 작품인 사리아호의 “Lonh for Soprano and Electronics”은 소프라노와 전자음향을 위한 작품이다. 제목의 ‘Lonh’멀리 있는이라는 의미로 중세 트루바두르였던 조프레 루델(Jaufré Rudel)의 시 제목이며 시의 내용을 꼴라주하여 이 곡의 텍스트로 사용하였다. 소프라노의 노래 선율뿐 아니라 낭송과 속삭임, 녹음된 목소리나 타악기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전자적 사운드 등 여러 가지 소리 재료들이 다양한 음향 변형 프로세싱을 통해 조합되면서 독특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러한 음향 효과는 외적인 공간을 가로질러 내적, 심리적 공간까지 청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초월적인 아우라를 형성하였다. 세 번째 작품으로 정승재의 “Sonic Shadow for Violin Solo and Electronics”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소리에 전자적인 접근법을 가하여 그림자의 여운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로부터 왔다. 사물에 빛을 가하면 그림자가 생기고, 빛의 위치나 각도에 따라서 그림자의 모양이 변형되고 왜곡되듯, 소리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곡가의 발상은 전자적인 방법으로 소리의 그림자(sonic shadow)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곡은 바이올린 소리에 그로부터 형성된 전자 음향이 마치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붙는 흥미로운 음향을 만들어내었다.
잠깐의 휴식 후에 2부의 세 곡들이 무대에 올랐다. 2부 첫 번째 작품으로 로미텔리의 “AMOK KOMA for 9 players and Electronics”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9명의 앙상블과 전자 음향을 위한 음악으로 TIMP 앙상블과 크리마가 연주를 맡았다. 작품의 제목인 ‘AMOK’KOMA’는 대칭적인 형태의 회문(palindrome)으로, 앞으로 읽으면 ‘AMOK’, 우리말로는 미친 듯이 날뛰다이며 뒤로 읽으면 ‘KOMA’, 우리말로는 혼수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언어유희에는 흥미롭게도 서로 관통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그것은 이 곡의 주요 주제로 작용하였다. 이 작품은 사이키델릭 록의 선율 일부를 차용하여 다양한 변형 과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도입부에 등장하는 세 개의 코드는 곡 전체에 걸쳐 반복되면서 일관성 있는 음향을 구축해 나갔다.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록 음악에서 차용된 선율이 중첩되거나 리듬이 세분화되고, 강렬한 비트로 변화하면서 이 곡의 제목처럼 점점 코마 상태로 치닫듯이 몰아쳐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운드를 형성해갔다. 클라이맥스 이후 도입부에 등장하였던 세 개의 코드가 다시 나타나면서 음향들은 점차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뒤 이어 두브로바이의 작품 “Harmonics for Piano and Amplify”가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사운드 증폭을 통해 피아노의 배음에 주목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다. 피아노에서 한 손으로는 소리 나지 않게 건반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리가 나도록 건반을 누르면서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배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 음부터 시작하여 점차 화음 단위로 음을 추가하면서 음량과 음향이 증폭되고 두터워지는 과정을 통해 음향적 효과 역시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지연의 작품 “Métaphore for 2 Percussionists and Electronics”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두 명의 타악기 연주자와 전자 음향을 위한 곡으로, 두 타악기 연주자가 마치 연사가 되어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풀어가듯이 음악을 펼쳐갔다. 어떠한 정해진 논리나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를 서술하듯 자유롭게 표현하는 형식을 택하였다는 작곡가의 설명처럼 이 작품은 사운드 자체와 그 표현 기법이 이야기 서술에 대한 메타포가 되어 소리 재료들이 펼쳐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청각적 경험들을 토대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날 공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먼저 전자 음악의 발달로 인해 가능해진 다채롭고 확장된 소리의 영역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인성을 비롯하여 타악기, 바이올린, 피아노, 기악 앙상블 등의 다양한 연주 매체들이 전자 음향과 만났을 때 얼마나 새롭고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전자적으로 확장된 소리가 창작의 재료로 사용되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주제와 아이디어의 영역이 얼마나 폭넓은지, 현실적 차원을 넘어서 과거의 기억과 내적, 심리적 영역, 상상력의 세계와 가상적 세계까지도 얼마나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다차원적인 음악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지 보여주었다.
TIMF 앙상블과 크리마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음악회는 소리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테크놀로지를 통해 더욱 풍부해진 소리 재료의 활용과 그로부터 경험 가능한 다양한 음향적 세계까지 시각적, 청각적 효과와 더불어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채로운 음악적 상상력을 펼쳐 보여주었던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Jongwoo YIM was the keynote speech "Introduced a CREAMA & artistic activities" at WOCMAT 2015 in Taiwan.

2015 International Workshop on Computer Music and Audio Technology

19 November KEAMS concert at Musee des Confluences


Rehearsal of concert for "Nuit de la Coree"

CREAMA Concert "Nuit de la Coree" rehearsal


Stage setup on 20th November 'la nuit coree'


11월 18일 국악기 세미나


18 November, Korean traditional music instrument seminar by Hyunjeong Kim at CNSMD de Lyon.

November 17, invitation Seminar for "Introduce a CREAMA & artistic activities" by Jongwoo YIM at CNSMD de 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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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invitation Seminar for <Introduce a CREAMA & artistic activities> by Jongwoo YIM at CNSMD de Lyon.

2015-2016 한불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사업으로 프랑스 CNSMD de Lyon 방문

Conservatoire National Superieur Musique et Danse de Lyon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임수연 피아노독주회> 'Ça son Francais' 콘서트 후기 - 글 이상빈

914일 전자음악연구소 CREAMA와 주한 프랑스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임수연 피아노독주회> 'Ça son Francais' 콘서트에 대한 이상빈님께서 보내주신 음악회 후기를 기재합니다. 하단의 내용은 음악회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가 아닌 주관적인 음악회 후기임을 공지드립니다. <임수연 피아노독주회> 'Ça son Francais' 콘서트 후기를 보내주신 이상빈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아싱빈
필자는 CREAMA라는 기관을 알게 된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올해 봄에 알게 되어 4-5차례의 연주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 기간을 제외하고 전자음악작품을 메인으로 구성하는 연주회가 없었기도 했거니와, 필자가 학교에서 배우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음악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그 해답을 모색하기 위함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매번 큰 기대를 가지고 연주회에 방문을 했었고 이번 연주 역시 참석하게 되었다. 피아니스트 임수연의 팬이기도 했고 내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매주 작은 연구모임을 열고 있는 제나키스의 음악도 한 곡 초연된다고 하여 의무감마저 들게 하는,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첫 곡인 제나키스의 <à r>은 사실 크게 연구해보지 않은 작품이었다. 알고만 있던 상태의 작품이었고 길이도 짧아 간단하게 도입곡으로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던 곡이었다. 곡의 특성상 굉장한 암보력을 요한다. 엄청난 엔트로피로 제멋대로 구성된 음표들을 거의 몸으로 외워야 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나키스의 <헤르마(Herma)><Mists>처럼 주요작품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도 않아서 쉽사리 도전하지 않는 작품이라 다시는 들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 연주는 더 소중했다. 역시 임수연답게 연주는 악보를 정확히 추적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곡가에게 추신: 라벨을 이 곡에 당신의 방식으로 숨겨 놓은 것이 맞는가?
 
두 번째 곡인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예수의 입맞춤>. 메시앙은 모든 작곡과 학생들이 거쳐가는 하나의 관문이다. 불레즈, 슈톡하우젠은 피해도 메시앙은 모두들 한번쯤 연구하게 된다. 낭만파에는 브루크너가 있다면 근대에는 메시앙이 있어서(현대보다는 근대라고 하고 싶다) 음악은 빛난다고 할 수 있다. 메시앙식 화음과 특유의 타건이 빚어내는 음색적 텍스쳐를 통해 다음 곡으로 진입하는 하나의 신비한 구름을 생성하는 느낌이었다고 받아들였다. 너무나 엄숙한...그리고 미지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을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가지게 된다.
 
세 번째 작품은 조나단 하비의 곡이다. 영국 작곡가인데 다른 영국의 작곡가(아데스 같은)들의 성향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사실 특유의 불란서적인 관능미와 실험적인 음적 조탁. 그렇다고 과도하게 감정적이지는 않은 약간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하비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스펙트럴 음악가로 자주 분류되는 음악가인 만큼 음색적인 면은 매우 훌륭한 곡이었고 임수연의 연주 역시 적당한 묵직함을 잡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테이프를 통해 고장난 듯한 피아노 음색, 미분음정을 오묘하게 이용한 피아노음이 흘러나왔고 연주자와 스피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는 점점 메시앙의 무덤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다. 임수연의 하강음계는 메시앙의 무덤을 강렬히 내리파고 있었다.
 
인터미션 후의 곡은 <C 시리즈> 라는 곡이었다. 요즘 부쩍 한국 현대음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피에르 조들로프스키의 곡이다.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이 곡은 단번에 내 귀를 사로잡았다. 프리페어링이 된 피아노에서 나는 존 케이지표 사운드가 특이한 소리들을 모아서 만들어진 사운드 콜라주 테이프와 함께 묘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이었다. 사실 내가 작업중이었던 신작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어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감도 있었다. 임수연의 피아노 연주는 이 테이프와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붙어서 가고 있었다. 테이프 음악에 딸린 연주를 잘한다는 말은, 테이프 음악을 실시간 전자음향 음악처럼 연주하는 것일 것이다. 이날 너무 멋진 연주를 무료로(?) 들어 너무 황송했다. 다른 생각으로는 내심 이 곡을 조금 더 기계적인,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플레이로 연주를 하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대단히 직관력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음의 조합들이지만 미디가 연주하듯 피아노를 쳐 보았으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다음 곡은 페쏭이라는 작곡가였는데 사실 잘 모르던 작곡가이다.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작품은 한 곡도 들어보지 못했다. 구름의 이야기. 오분도 되지 않는 이 짧은 곡에서 무수히 많은 횟수에 걸쳐 생겨나는 약간은 망설여지는 듯한 음형의 움직임과 속닥거림. 감상적인 곡으로 다가왔다. 사실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던 곡이기도 했고, 소품에 가까웠던 곡이라 그냥 제목 그대로 구름의 이야기를 잠깐 들었다라는 느낌만 어렴풋이 구름처럼 가지게 되었다. <빛은 우리를 안아줄 팔이 없다>라는 곡 역시 소품이었다. 락헨만의 <귀로>에서 들리는 드르륵거리는 스크래치 소리를 기저에 깔고 미니멀한, (어찌 보면 조금 감성적인 케이지의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음소재를 진행해 나갔다. 오히려 이것이 조금 더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는 듯 했다. 담담한 연주와 터치로 곡을 왜곡함 없이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곡으로 <느와르 시리즈>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테이프와 피아노 솔로를 위한 곡이다. 테이프에서는 나름 심각한 스릴러 장면을 재현한 듯한 상황이 오디오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비록 텍스트 자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매우 새로운 형태의 곡이었고(사실 내가 작곡하던 신작이랑 너무 비슷해서 공포감마저 들게 했다.....), 한국에서는 최소한 자주 볼 수 없던 참신한 형태의 전자음악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 현대음악을 고집하는 피아니스트에게 꼭 연주해 보라고 추천해 보고 싶은 음악이다. 원맨쇼를 멋지게 해낸 임수연 피아니스트에게 큰 박수를 보냈었다. 악보를 사실 본 적이 있었는데 테이프에 맞추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피아노 파트가 매우 난이도가 높다. 피아니스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특히 피아노와 테이프가 미분음정을 사이에 두고 상호작용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혼연일체가 되어 거의 라이브 전자음향과 같은 연주를 들려주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곡에서 하나 조금 더 아이디어를 보태자면 전자음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우퍼를 한 두 대 정도 놓았으면 더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간만에 참신하고 색채적인 레퍼토리를 한 공연에서 이렇게나 많이 만나게 되어 너무 관객으로서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의 CREAMA의 행보에 더 기대감을 실어주는 공연이라 확신한다